학교에서 손쉽게 물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변기'에서 찾을 수 있다.

변기 1대 물을 하루에 100차례 내린다고 가정했을 때, 초절수형 변기로 교체하는 간단한 공사만으로도 연간 물 328.5t(변기 1대 당)을 절약하게 된다. 변기 사용자는 별다른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물 절약을 실천하는 셈이다.

이 방법이 실제로 물을 얼마나 절약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서울대학교가 시작했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지난 15일 서울대 35동 3~5층 화장실 변기 8대를 초절수형 변기로 교체했다. 오는 25일 16대를 추가로 바꿀 계획이다.

빗물을 활용해 수돗물을 절약하는 '빗물박사'로 유명한 한 교수는 서울대 교직원 대표기구인 평의원회 기획과제로 이번 실험을 시작했다. 공식 명칭은 '서울대 물절약 및 물 문화 개선 프로젝트'다.

이번에 서울대에 설치한 변기 절반은 업체에서 후원을 받았다. 나머지 절반은 한 교수 사비를 털어 설치했다.

한 교수는 기존 변기가 물을 많이 쓰는 이유로 유트랩(알파벳 유(U)자 모양으로 생긴 배관)과 커다란 물탱크를 꼽았다.

일반 변기에는 하수 가스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유트랩을 설치하는데, 곡선으로 꺾인 부분 때문에 배설물을 내려보내는 데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한다는 것이 한 교수의 지적이다.

또 변기물을 저장하는 물탱크 용량이 커 필요 이상의 물을 쓰게 된다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이번에 설치한 초절수형 변기는 한 번 물을 내릴 때 사용했던 13리터(ℓ)의 물을 4ℓ로 줄인다.

이 변기는 유트랩 대신 개폐형 직선 배관을 사용해 적은 양의 물로도 배설물이 내려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물을 내릴 때 이외엔 배관 입구가 막혀있어 하수 가스가 올라오지 않는다. 물탱크에는 플라스틱 칸막이가 있어 수위를 유지하되 변기 물을 내릴 때 흐르는 물의 양을 줄였다.

한 교수는 변기 배관에 유량기를 설치해 물 사용량을 측정하고 있다. 절약된 물의 양은 프로젝트를 마치는 오는 11월께 공개할 계획이다.

한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국민 1명이 하루 평균 사용하는 물의 양은 350ℓ"라며 "2020년까지 한 사람이 하루에 쓰는 물의 양을 200ℓ까지 줄이자는 캠페인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상적인 물사용량을 아주 쉽게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은 화장실 변기를 초절수형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교체하기만 해도 물 쓰는 양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티 나지 않고 손쉽게 물을 절약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민들 각자가 물을 어디에 얼마나 쓰는지 스스로 계산해보면 변기가 물과 에너지를 잡아먹는 '하마'라는 것을 알게될 것"이라며 "설치 비용을 부담하거나 사용하는 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면 변기를 바꾸는 것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독일 국민 1인 물 사용량은 하루 평균 120ℓ인데도 100ℓ까지 줄이려고 한다. 우리나라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