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북쪽 핌블에 거주하는 대학생 라이언이 지난달 9일 자신의 집에서 수돗물을 받아 마시고 있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시민 10명 중 6명가량이 수돗물을 직접 마신다. 한국의 직접 음용률 5%에 비하면 매우 높은 편이다. 호주 현지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체로 수돗물에 대해 ‘다른 물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한국에 비해 훨씬 비싼 먹는샘물(생수) 가격도 수돗물을 마시게 하는 요인이다. ‘물부족국가’인 호주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한 실천으로 수돗물을 마신다는 시민들도 많았다.

■“수돗물 만족” 60%

남한 면적의 80배(768㎢)에 이르는 호주는 연평균 강수량이 465㎜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나라 중 하나다. 국토 대부분이 가뭄에 시달리는 건조지대여서 인구의 80%가 물을 구하기 쉬운 해안선 100㎞ 이내에 산다. 호주 전체 인구 2400만명의 3분의 1 이상이 남동부 뉴사우스웨일스에 거주한다. 이 중에서도 주 수도인 시드니에 뉴사우스웨일스 인구의 63%가 살고 있는 데에는 물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8일 시드니에서 만난 호주수도협회(AWA) 국제담당 매니저인 폴(40)은 “도시 밀집 인구 증가 등이 효율적인 수자원 관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며 “20여년 전부터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물수요 억제정책과 더불어 가전제품에 물효율등급제 적용, 물재이용센터와 해수담수화시설 설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수자원에 대한 관심과 수돗물 신뢰도는 높은 편이다. 호주수도협회가 지난해 호주 국민 3948명을 조사해 펴낸 ‘호주 물 소비자 전망’에 따르면, 응답자의 77% 이상이 ‘물 부족을 우려’하며 90%는 ‘식수를 제외한 곳에는 물을 재이용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대안’이라고 답했다. 역시 지난해 펴낸 ‘2015 물 분야 보고서’에서도 응답자의 60%가 ‘이용하는 물과 시설에 만족’하며 ‘수도요금이 합당하다’고 했다.

■“수돗물 싸고 환경도 보호”

시드니 북쪽 핌블 집에서 만난 대학생 라이언(21)에게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느냐’고 묻자 되레 “당신은 마시지 않느냐”며 의아해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부모님이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것을 보고 자랐다”며 “수돗물 안전에 대해 교육을 받거나 홍보를 본 적은 없지만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에 마신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성과 환경보호도 수돗물 음용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편의점서 2호주달러(1740원·600㎖) 이상인 생수에 비하면 수도요금은 싼 편”이라며 “물병만 들고 다니면 학교·공원 등 어디서든 수돗물을 음수대에서 받아 마실 수 있는데 굳이 생수를 사서 마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생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나와 환경문제도 심각하다”고 했다.

호주 수도요금은 한국보다 비싸다. 시드니의 한 4인가족의 지난 2월16일부터 5월13일까지 90일간 사용요금은 427호주달러(37만1300원)로, 우리 돈으로 월평균 12만원이 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물값이 가장 낮은 수준인 한국은 가계소득에서 수도요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0.2%로, 0.4%인 호주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호주인들에게 수돗물은 정수기나 생수에 비하면 합리적인 선택이다.

호주 시드니 휴양지인 맨리해변에 설치된 수돗물 음수대.

■“수돗물 신뢰, 시민참여 필요”

한국도 2009년 3300억원이었던 먹는샘물 시장이 6년 만인 지난해 62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하면서 지하수 고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1ℓ짜리 페트병 30개를 만드는 데 원유 3ℓ와 물 3~4ℓ가 필요하다.

생수 대신 수돗물을 마시면 한 사람이 일년 동안 어린 소나무 51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또한 한국에서 보편적인 역삼투압식 정수기는 한 컵의 물을 정수하기 위해 3~4컵이 필요하다. 정수기 1대의 월평균 전력 사용량은 56.2kwh로, 가정용 대형냉장고(800~900ℓ)의 1.7배에 달한다. 지난달 10일 시드니에서 만난 뉴사우스웨일스 수도국 그레이엄 계획행정관리 디렉터(39)는 “호주의 높은 수돗물 음용률은 생수와의 큰 가격차,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공공음수대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많은 시민들이 수돗물을 마시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신뢰를 높이기 위해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